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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피터 노왁 지음, 이은진 옮김 / 문학동네 "총, 균, 쇠가 인류 문명의 운명을 바꿨다면, 현대 문명을 주도하는 것은 전쟁, 포르노, 패스트푸드다." 이렇게 섹시한 광고 문구를 두른 책을 안 읽을 수 없었다. 더구나 "총, 균, 쇠"라면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쓴 걸작을 말하는 것 아닌가. 당연히 비교하며 읽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는 <총, 균, 쇠>처럼 문명론의 역작이라고까지 할 만한 책은 아니다. 어떤 명제가 이론이 되려면 조건이 있다. 대상에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하고, 다른 이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을 설명해야 하고, 좋은 예측을 내놓아야 한다. 총, 균, 쇠가 인류 문명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요인이었다는 다이아몬드의 명제는 조건들을 두루 만족시킨다. 반면에 전쟁, 포르노, 패스트푸드가 현대 기술을 추진하는 힘이라는 이 책의 명제는 모든 기술에 적용되지 않고 대안에 견주어 평가된 것도 아니라서 이론이라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책이 별로였다는 말은 아니다. 타당하지 않은 비교를 접어두면, 현대 과학기술사를 다룬 대중서로서 이 책은 주제도 글도 나무랄 데가 없다. 읽는 동안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짜릿함까지 맛보았는데, 아마도 그토록 선정적인 사건들이 평범한 일상의 기술들을 탄생시켰다는 낙차가 워낙 가파르게 느껴져서일 것이다. 저자는 음탕하고, 사람을 죽이고, 건강을 해치는 나쁜 것들이 거의 모든 기술을 낳았다고 말한다. 성욕, 정복욕, 식욕은 과학을 발전시키는 '부끄러운 삼위일체'이며,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사용하는 물건들과 기술들이 이들 간의 상호작용에서 탄생했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수한 사례를 열거한다. 가령 전자레인지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방어용으로 개발된 레이더에서 비롯했다. 최초의 상표명은 아예 레이더레인지였다. 전자레인지와 짝꿍인 식품 포장용 랩 또한 전쟁 중에 개발되어, 전투기나 대포를 감싸는 데 쓰였다. 랩이 바닷물의 소금기를 완벽하게 막아주었기 때문에 무기들을 항공모함 갑판 위에 안심하고 실을 수 있었다. 군인에게 열량이 풍부하고 오래 보관되는 음식을 제공하려는 노력에서 스팸 같은 제품이 나왔고, 우주인에게 세균성 식중독 걱정 없는 식량을 제공하려는 노력에서 동결 건조 기술이 발전했다. 1960년대에 최초의 비디오 게임 개발을 지원한 것은 한 방위업체로, 그 특허가 만료될 때까지 닌텐도를 비롯한 게임업체들은 그 방위업체에 사용료를 지급해야 했다. 인터넷, 무인 조종 장치, 지리정보시스템 등 군산복합체가 돈을 퍼부어 기술을 낳은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포르노와 패스트푸드 산업은 혁신자라기보다 얼리어답터로 기능했다. 포르노는 인간이 이성을 잃고 지갑을 여는 산업인데다 소규모 사업체의 특징상 혁신이 빨라, 온라인 카드 결제, 화상 처리, 심지어 장난감 산업까지 선도했다. "기술이 쓸 만한지 보려면 포르노 업계에서 통하는지 보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패스트푸드 산업은 냉동 식재료, 물류 혁신 등을 이끌었다. 요컨대 기술은 살상을 목적으로 탄생하여, 성욕이나 식욕에 의해 순식간에 상업화된 뒤, 일상으로 스민다. 그러면 우리는 카메라에 장착된 야간 투시 기능을 쓸 때마다 그것이 애초에 야간 전투용으로 개발되었음을 떠올리고 죄책감을 느껴야 하나? 투시 기능 특유의 에메랄드 빛이 유명인의 섹스 동영상을 물들인 것을 볼 때마다 인간의 상스러움에 혀를 차야 하나? 저자는 그럴 것까지는 없다고 말한다. 기술은 중립적이고, 문제는 우리의 '부끄러운 삼위일체' 욕망인데 그건 쉽게 바뀌지 않을 테니까. 저자는 오늘날 최고의 로봇 기술을 지닌 회사가 도요타이지만 그 기술이 섹스나 폭력과 접점이 없기 때문에 결국 도요타가 시장을 선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는데, 예측이 옳을지 지켜볼 일이다.
![]() (동생의 명예를 위해 말하자면) 낡은 사진을 휴대폰으로 찍으니 동생의 미모(...)가 퇴색해 보인다. 나는 이 사진을 아주, 아주 좋아한다. 이사를 준비하며 물건들을 정리하다 오랜만에 꺼냈다. 아까운 책 2012정혜윤.김갑수.강양구 외 지음 / 부키 <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나왔다. 올해부터는 예고대로 지난 1년간 아까운 책을 발굴해 소개한다는 콘셉트. 작년에도 그랬듯이 (작년 포스팅) 이번에도 어쩌다 끼어 글을 보탰다. <바빌로프>와 내 마음에서 겨룬 후보작은 <생각하는 것이 왜 고통스러운가요?>. 하지만 후자는 생태'철학'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 내가 쓰긴 버거워서 잠깐 고민하다가 전자로. 둘 다 여운이 강한 책이다. 영화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요즘은 여운이 긴 경험이 결국 좋은 경험 아닐까 싶다. 역시 작년에도 그랬듯이, 내가 작업한 책도 한 권 포함되었다. 정희진 선생님이 <몸에 갇힌 사람들>을 꼽았다. 요즘 한겨레 연재 칼럼을 보면 이 분은 정말로 책을 깊이 읽으시는 걸 알 수 있는데, 그런 분이 꼽아주었으니 뿌듯하고, 부끄럽다. (왜 부끄러운가 하면, 그 주제는 나보다 더 잘 번역할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서 그렇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느냐 하면, 그 주제가 내게 개인적으로 너무나 뼈저린 것이라서 내가 객관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차례를 보면서 나는 몇 권이나 읽었나 세어보니 으음... 처음 듣는 제목들도 있어서 적이 놀랐다. 일단, 도서관에 없는 책들을 마구 신청해야겠다. ㅎㅎㅎ * 차례 강의모 - 책의 우주를 유영하는 방법 <책의 우주> 김기태 - 400년 전 개혁가가 오늘에 던지는 메시지 <윤휴와 침묵의 제국> 김선욱 - 한나 아렌트의 다양한 매력을 담다 <아렌트> 목수정 - 야생의 삶이 들려주는 영롱한 서사시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 백원근 - 책의 미래는 만들어 가는 것 <책의 미래> 안상헌 - 일곱 철학자에게 배우는 삶의 깊이 <속도에서 깊이로> 이희수 - 세계사를 조망하는 새로운 혜안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 정혜윤 - 이성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로지코믹스> 정희진 - 외모주의의 억압을 달게 받는 사회 <몸에 갇힌 사람들> 홍순철 - 수고스러운 종이책 읽기의 즐거움 <종이책 읽기를 권함> 사회 - 어떤 세상을 선택할 것인가 강인규 - 복지 국가에서는 연애도 쉽다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곽정수 - 이것은 책이 아니라 분노이자 절규다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김낙호 - 전투적 인권 운동가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검은 혁명가 맬컴 엑스> 김남시 - 아파트와 우리 욕망의 자서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김이경 - 코스타리카의 작지만 온전한 평화 <군대를 버린 나라> 류대성 - 왜 지금 사회과학이 필요한가 <캠퍼스 밖으로 나온 사회과학> 박홍규 - 웹 2.0 시대, 창조적 커넥션을 회복하라 <커넥팅> 이수종 - 고릴라 이스마엘 '희망'을 말하다 <나의 이스마엘> 장동석 - 동아시아 사회주의 운동의 선구자 <나는 사회주의자다> 정여울 - 푸르른 이십 대에게 보내는 마르크스의 연애편지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 한기호 - 이 땅의 망해 버린 교육 <교육 불가능의 시대> 경제·경영 - 더 나은 자본주의를 생각하다 김대호 - 우리 경제를 위한 최강의 비급 <한국 경제의 미필적 고의> 김은섭 - 돈, 삶의 빚이자 빛 <돈 사용설명서> 안병진 - 더 강력해진 집단 지성의 신세계 <매크로 위키노믹스> 이덕재 - 다시, 세계화를 생각하자 <자본주의 새판짜기> 장성익 - 삶의 참된 뿌리를 찾아서 <굿 워크> 제윤경 - 비합리적이기에 인간적이다 <댄 애리얼리, 경제 심리학> 홍기빈 - 시장을 개혁할 새로운 경제 지표 보고서 <GDP는 틀렸다> 문학 - 불안한 시대, 우리의 초상 강경석 - 모국어가 없이 태어난 사람 <생년월일> 김민식 - 상상력의 은하수로 떠나다 <SF 명예의 전당 4: 거기 누구냐?> 김봉석 - 신자유주의 시대의 새로운 하드보일드 <불야성> 김애리 - 울 수 없는 자들을 위해 대신 울어 주는 시인 <백석 평전> 듀나 - 드디어 매그레 반장이 왔다! <매그레 시리즈> 변정수 - 가장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청춘담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소녀> 어린이·청소년 - 세상과 놀며 아이들은 자란다 강무홍 - 어린 날의 '하루'를 읽다 <우리 이웃 이야기> 김민령 - 조선의 오디세우스 이선달 출두요! <별난 양반 이선달 표류기> 김선희 - '나'를 찾기 위한 시간 여행 <시간 밖으로 달리다> 서정숙 - 주변의 수많은 준범이와 친구 되기 <뒷집 준범이> 과학 - 우리 앞에 놓인 판도라의 상자 강양구 - 과학 기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시민과학> 김명남 - 어느 매력적인 식량학자의 비극적 일대기 <바빌로프> 예병일 - 의학의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다 <가운을 벗자> 이은희 - 과학에 대한 맹신과 불신 사이 <법정에 선 과학> 이정모 - 나를 미치게 하는 통증, 나를 수호해 주는 통증 <통증 연대기> 임승수 - 우리는 위험한 채소를 먹고 있다 <채소의 진실> 문화·예술 - 황홀과 탐닉, 그 사이의 인생 김갑수 - 슬픔과 비통 다음의 이야기 <나의 서양음악 순례> 김고금평 - 조용한 비틀 혹은 행동하는 이상주의자 <조지 해리슨> 김민주 - 우리 일상을 밝히는 찬란한 예술 <커피, 어디까지 가봤니?> 반이정 - 희귀한 미술 교양서의 출현 <걸작의 뒷모습> 이기중 - 음식은 일상이자 인문학이다 <음식인문학> 이진숙 - 아름다움의 귀환을 촉구하는 기원제 <보이지 않는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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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포르노 산업에 대해..
by starla at 05/07 오, 그럴싸한 말이네요... by starla at 05/07 섹스와의 연결점은 항상.. by SvaraDeva at 05/04 9일까지입니다만 바로 옆.. by starla at 05/03 욕망은 '적당히'를 모르고.. by starla at 05/03 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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